'범용'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다. 일상생활에선 '범용성'이라는 합성어로 쓰이는데 여러 용도로 두루 쓸 수 있는 제품들을 두고 흔히 '범용성이 좋다'라고 표현하곤 한다.
그 반대의 개념으로 쓰는 단어는 '특수'다. 한정된 용도로 쓰는 제품을 두고 흔히 '특수한 제품이다'라고 쓰곤 한다.
그런 맥락에서 가정식은 '특수'보다는 '범용'을 지향하는 분야라 할 수 있겠다. 특히 양념장이 그렇다. 이를테면 닭볶음탕을 파는 집에서는 대부분 동태탕이나 제육볶음을 같이 팔지 않던가. 일본에서도 생강구이나 규동을 파는 집들은 닭꼬치나 생선조림도 같이 취급하는 경우가 많다. 이탈리아 가정은 우리의 김장처럼 겨우내 먹을 토마토 소스를 만드는 날이 따로 있다.
한 가지 양념장으로 여러 가지 요리를 만들 수 있다면 그보다 경제적인 게 어딨을까. 특히나 낭비를 최대한 줄여야 하는 가정집 주방에서 범용의 가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 할 수 있겠다. 단언컨대 이건 전 세계 어느 가정의 주방도 마찬가지다. 한국, 중국, 일본의 가정식도 마찬가지. 세 나라의 가정에서 주로 쓰는 양념의 틀은 다음과 같다.
한식. 아는 분들이 너무 많아 굳이 얘기를 꺼내기가 좀 민망하다. 매운 한식들은 고춧가루, 간장, 설탕, 마늘, 참기름, 통깨, 청양고추를 적절히 섞으면 그럴듯한 요리들을 만들 수 있다. 이 조합이면 뭘 넣고 끓여도 그럭저럭 괜찮은 맛이 난다. 가장 대표적인 게 제육볶음과 닭볶음탕이다. 집집마다 다양한 비율이 있으므로 어떻게 섞어야 더 맛있다고 얘기하지는 못하겠다.
개인적으로는 닭볶음탕의 경우 간장 6스푼 고춧가루 5스푼 마늘 2스푼 설탕 2스푼 비율로 넣는 편이다. 나머지 부족한 부분들은 간을 보며 조절한다. 제육볶음의 경우 간장, 고춧가루. 마늘, 설탕 모두 두 큰술씩 넣는다. 참기름이나 매실청 같은 나머지 조미료들은 각각 한 스푼씩만 넣는다. 여기서 물과 간장을 조금 더 치면 두부 부침의 양념장으로도 쓸 수 있다.
중식. 마찬가지로 간장, 설탕, 굴소스, 물 약간의 비율이면 어지간한 중식 볶음요리를 만들 수 있다. 중식의 특징은 굴소스다. 점도가 있는 굴소스는 여러 볶음 야채들의 맛을 한데 묶는 효과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중식 스타일로 뭔가를 볶고 싶을 때는 간장, 설탕, 굴소스, 물 순으로 2대 1대 1대 1의 비율로 맞춰 사용한다.
여기서 팁은 어떤 중화요리를 하든 양념장은 미리 만들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재료를 볶는 도중에 재빠르게 양념장을 넣고 굴려야 채소에서 물이 나오지 않는다. 모든 공정이 하나의 물처럼 이어지도록 해야 맛을 보장할 수 있다. 간이 부족할 때는 멸치액젓이나 피시소스를 넣으면 볶음요리의 감칠맛을 한층 더 끌어올릴 수 있다.
일식. 중식과 비슷하다. 굴소스 대신 쯔유나 혼다시를 쓴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겠다. 간장, 설탕, 맛술, 물, 그리고 쯔유를 한 스푼 넣으면 감칠맛이 폭발한다. 단맛이 강한 양념이므로 피망 같은 쓴 맛의 채소와 요리하면 궁합이 잘 맞는다. 경험상 일식 양념의 활용도가 중식보다 더 큰 것 같다.
이 조합이면 대부분의 조림과 구이요리가 해결된다. 한 숟갈이냐 두 숟갈이냐 따위의 비율 차이만이 있을 뿐이다. 그 비율은 각각의 레시피를 참조하거나 보수적으로 조합한 뒤 수시로 맛을 보면서 조리하자. 나는 간장, 설탕, 맛술, 물 순으로 3대 1대 1대 2 정도로 비율을 맞추는데, 여기에서 쯔유를 추가해 감칠맛을 더한다.
나중에 숙달이 되면 굳이 계량을 하지 않고도 눈대중으로 맛을 내는 경지에 도달한다. 비로소 음식의 간을 잡는 기초가 세워졌다는 얘기다. 그 경지부터는 뭘 만들어도 쉽게 망하지 않는다. 기똥차게 맛있진 않을지언정 맛이 없다고 절망하지 않는 음식을 꾸준히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그때 깨닫는 게 하나 있을 것이다. 어머니들이 눈대중으로 양념을 치는 게 절대 건성으로 요리를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 말이다. 요리 하는데 필요한 양념장의 비율들이 다 머릿속에 있는 것이다. 수많은 집밥을 차려내며 얻어낸, 몸에 새겨진 비율이다. 실패를 담보해야만 한다는 점에서 모든 숙달은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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